Polestarart Gallery
전시기간 : 2023년 03월 07일 ~ 2023년 03월 25일 참여작가 : 김혜영 전시장소 : Polestarart Gallery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6길 17 폴스타아트 갤러리 B1 (17, Seoulsup 6-Gil, Seongdong-Gu, Seoul, Korea, 04768)
조용함을 듣는 일
Listen to Silence
상상 속에서 여러 시공간을 헤맨 후 마지막에는 꼭 아무것도 없는 빈터를 떠올렸다. 이내 그곳에 집이 지어지기도 했다. 외딴 바닷가에 홀로 선 집. 타닥타닥 연기를 내는 마음이 물결 소리에 묻히는 곳. 그곳을 화판에 옮겨 그렸다. 강한 색감이나 시원한 붓질도 좋지만 눈에 편안히 닿는 색과 느린 붓질이 주는 잔잔한 여운이 더 마음에 들어왔다.

그림은 언어의 역할도 했다. 친구들에게 내가 겪은 엄청나지만 또 보잘것없는 경험에 대해 얘기할 때는 종이와 볼펜을 챙겼다. 말로도 충분했겠지만 그걸 꼭 그림으로 그려서 친구에게 들이밀었다. 상대가 충분히 이해했다는 듯 끄덕거리면 그제야 만족스럽게 종이를 접어 주머니에 넣었다. 

어느 날에는 대화를 나누다가 자연스레 상대의 이야기가 궁금해졌다. 친구가 먼 산을 보며 이야기하면 나도 어딘가 먼곳 을 봤다. 눈시울이 붉어지는 친구는 안아줬다. 그 후에는 자신의 마음에 대해 잘 알고 자신을 돌보는 그 애들에 대해 생각했다. 자기를 가엽게 여기길 바라며 한 이야기가 아니었다. 말하는 것이 가지는 힘이 얼마나 큰지 궁금했다. 말하고 듣는 것은 우리에게 무엇이 중요한지 깨닫게 했다. 생각으로 한번, 말하면서 또 한 번. 들으면서 다시 한 번.

그림이 한 점 두 점 완성될 때마다 나에 대해 생각하다가 타인에 대해 생각하며 붓을 내려놨다. 나는 이런 마음으로 그림을 그렸다고 이야기해 왔는데, 이제는 다른 이야기들이 궁금했다. 그림 속 풍경을 본 또 다른 이가 들려줄 이야기들이. 하나의 그림에 얼마나 많은 이야기가 쌓일 수 있을까.

각기 다른 삶에서 나오는 것들이 다정한 겹을 만들어 줄 듯했다. 벽에 그림을 걸고 한 발짝 뒤로 나온다. 팔을 X자로 만들어 스스로를 안으며 생각한다.  

김혜영 작가 - 작가노트 중~